2014년 1월 20일 월요일

가을방학 - 동거


우편함이 꽉 차 있는 걸 봐도 그냥 난 지나쳐 가곤 해요
냉장고가 텅 비어 있더라도 그냥 난 못 본 척 하곤 해요
나는 부모님과 사니까요

아빤 오늘 좀 술을 드셨는지
내 방에서 잠이 드셨죠 양복 채로
엄만 오늘만 어렸을 때처럼
함께 자면 어떻겠냐고 괜찮겠냐고

불을 끈 순간 나 문득 어색함을 느낀 건
누구보다 당신을 더 사랑한다 맹세할 수 있지만

우편함이 꽉 차 있는 걸 봐도 그냥 난 지나쳐 가곤 해요
냉장고가 텅 비어 있더라도 그냥 난 못 본 척 하곤 해요
나는 부모님과 사니까요

내가 어렸을 때 얘길 엄마는 꼭 어제 일처럼 얘기하죠
나는 사실 기억이 없는 일들도

오래 전 옆에 누워서 칭얼대던 아이는
누구보다 당신을 더 사랑했다 확신할 수 있지만

고백할게요 나 거리에서 당신을 지나친 적 있어요
같이 살면서 같이 지내면서 못 본 척 지나친 적 있어요

우편함이 꽉 차 있는걸 봐도 그냥 난 지나쳐 가곤 해요
냉장고가 텅 비어 있더라도 그냥 난 못 본 척 하곤 해요
나는 부모님과 사니까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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